박수현, '지사'만 따냈다… 기초 10곳에 안방 국회의원 보궐까지 국힘행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가 현직 지사인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를 꺾고 4년 만에 충남도정을 탈환했다. 박 당선인은 52.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김 후보(47.47%)를 5만 4,309표 차로 제쳤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민주당의 판정승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충남 유권자들이 도지사는 민주당을 선택하면서도, 정작 지역 살림을 맡는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는 '교차투표'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야당에 광역단체장 자리는 내어주되, 폭주를 막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브레이크를 확실하게 밟았다는 평가다.
이번 충남 선거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박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연출됐다.
이 지역은 박 당선인이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곳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박 당선인의 안방이자 지지 기반인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지역이었으나, 결과는 국민의힘 윤용근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유권자들이 도지사 투표용지에는 '박수현'을 찍었지만, 같은 날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인의 안방마저 지켜내지 못한 채 지사직만 겨우 건진 모양새가 됐다.
기초단체장 지형도 역시 국민의힘의 판정승에 가깝다. 충남 15개 시·군 중 국민의힘은 공주·보령·서산·논산·계룡·부여·청양·예산·홍성·태안 등 무려 10곳을 휩쓸었다. 반면 민주당은 천안·아산·당진·금산·서천 등 5곳을 건지는 데 그쳤다.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12곳을 차지했던 고착화된 보수 지형을 민주당이 끝내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여소야대'식 교차투표 결과는 당장 민선 9기 충남도정 운영에 커다란 서리가 될 전망이다.
충남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충남지방정부회의'는 도지사와 15개 시·군 시장·군수 등 총 16명으로 구성된다. 박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과반이 넘는 10명의 국민의힘 소속 시장·군수들과 사사건건 머리를 맞대고 조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치권 관계자의 분석 "도지사 한 명 바뀌었을 뿐, 현장의 행정 권력과 풀뿌리 민심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머물러 있다. 박 당선인이 일방적인 독주를 시도할 경우, 시·군 단위에서부터 거센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
박 당선인도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소감에서 "양승조의 복지와 김태흠의 힘센 충남을 계승하겠다"며 전임 국힘 도정의 성과를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취임 전부터 야당 소속 지사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태흠 지사가 추진해 온 '베이밸리 메가시티 프로젝트'와 대형 산업단지 조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의 연속성 확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업들의 세부 예산 집행과 인허가권은 국힘 소속 시장·군수들이 쥐고 있어, 박 당선인이 정파적 시각으로 접근할 경우 충남도정과 시·군 간의 극심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충남 유권자들은 김태흠 도정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물 교체를 선택하면서도, 민주당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철저하게 경계했다. 거대 야당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충남의 절묘한 민심이 확인된 만큼, 박 당선인의 민선 9기는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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